- 우리 둘 점수를 합치면 꼭 100점이네.

- 캉정씽, 넌 내 제일 좋은 친구야.

 

넌 제일 좋은 친구야.

원래는 기분 좋아야 할 이 말이 이렇게 안타까워 질수도 있다니.

 

마지막 장면을 처음 봤을때는

둘의 감정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을 다시 하고 나서야 알았다.

(위쇼우헝이 캉정씽에게 어떤 감정인지 잘 이해가 안갔다.

안 좋아한다고? 안 좋아하는 '남자'인 '친구'랑 잔다고;;?

그것도 먼저 시작했잖아...? 하는 생각에... )

 

그 전에 캉정씽이 위쇼우헝에게,

 

"나도 알고 싶어. 네가 내 비밀을 들은 다음에도 나와 친구하고 싶은지."

"난 널 정말 좋아해."

 

라는 물음에 대한 답임을 알고서야

이 영화가 정말 슬픈 결말이란 걸 깨달았다.

 

 

지금 보면

위쇼우헝 - 캉정씽 - 훼이지아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애정. 연애와 우정 뭉뚱그려서.

우정으로서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우정 그 이상으로 그 사람을 아낀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니 성별의 경계는 흐릿해진 듯 하다.

 

훼이지아도 현상한 사진들을 말릴 때,

위쇼우헝의 위에 캉정씽의 사진을 (위쇼우헝을 가리도록) 겹쳐놓았으니

훼이지아가 어쩌면 '위쇼우헝보다 더' 좋아하는 캉정씽인데

캉정씽의 마음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으니

 

그와 자신이 이루어지는 것도,

자신과 위쇼우헝이 사귀는 상태에서

캉정씽의 사랑이 이루어져 둘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도 할 수 없고.

(분명히 훼이지아는 캉정씽의 사랑을 이해해주었다.

보고 싶으면 가서 봐. 라고 말한 것도 훼이지아였다.)

위쇼우헝과 사귀고 있으니

캉정씽이 어쩔 수 없이 불행해질 걸 알지만

그가 상처 받는 것도 싫고.

 

어렵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이 머리를 어지럽혔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훼이지아도 너무 불쌍하다ㅠㅠ 새우등 제대로 터지는 인물ㅠㅠ

 

훼이지아가 정씽의 마음을 고등학생 때부터 다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캉정씽을 사랑하는 마음에 힘내, 라고 적힌 음료를 방에 두고 간다던가.

자기를 부르는 전화에 한달음에 달려간다던가.

(보면 캉정씽은 항상 전화를 받기만 한다. 전화를 거는 인물은 어김없이 위쇼우헝/훼이지아)

캉정씽이 위쇼우헝 옆에 있어주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전날 밤에 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눈치챘겠지.

평소처럼 둘이 같이 한 방에서 잤다가 아침에 먼저 떠난다고 옆에 있어주라는 전화를 하겠냐.

그래도 간다. 캉정씽과 위쇼우헝이 걱정되니까.

 

위쇼우헝도 캉정씽을 단순한 우정으로서 사랑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위쇼우헝이 아마, 둘을 가장 공평하게 사랑해서 가장 방황한 인물일 것이다.

캉정씽과 훼이지아, 둘 중 누구도 잃을 수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어느 쪽을 선택하면, 상대방은 자기로 인해 불행해지겠지.

셋이서 함께 하고 싶지만 셋이 있으면 한 명은 불행해지는 상황.

특히나 외로움에 관한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한,

아무도 자신의 친구가 되려하지 않는 것이 너무 무서운 위쇼우헝에게

둘 중 하나가 떠난다는 건 어떻게든 막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캉정씽과 잤고,

셋이서 함께하는 바다 여행을 무턱대고 계획했겠지.

 

영화 내내 계속 비춰지는 캉정씽의 시선.

- 위쇼우헝.

- 아직 기억하고 있어?

- 우리 관계는 규정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 사실, 그때부터

- 난 네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 단지 내가 용감하지 못해서

- 다가갈 수 없었을 뿐이야.

 

- 나, 훼이지아.

 

(위쇼우헝 분명히 들었다ㅠㅠ 대답하지 못하겠으니까 못 들은 척 한거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랬어... 난 선택 못한다고.

아니면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어떻게 정하냐고 선 그어주지 그랬어. < 그러기엔 무서웠을듯)

 

결국,

넌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이 말은

네 비밀을 알아도(네가 날 연애감정으로 좋아해도)

난 너와 친구하고 싶어. 너를 잃기 싫어. 넌 여전히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어떻게 보면 내가 널 친구로 대할테니 너도 날 친구로 대해줘, 이 말 아닌가.

하지만 캉정씽은 임마 널 어릴 때부터 쭉 좋아해왔다고ㅠㅠ

학창시절의 전부였던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로 남아달라는 매정한 부탁을 하는데

캉정씽 마음이 어떻겠냐 진짜...

그리고 너랑 훼이지아를 보는 캉정씽 마음은 또 어떻고ㅠㅠㅠ

보내달라는데 좀 보내줘 임마ㅠㅠㅠㅠ 시간과 거리가 필요하대잖아!!!

 

 

 

자기도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 감정들 사이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자기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막연히 바라지만

방법도 모르고 사실 내 마음도 잘 몰라서 방황하고 먹먹한 청춘들 이야기였다.

영화 내내 비춰지는 푸른 빛 색감이 묘하게 무덥고 습하게 느껴지던 그 영화.

'감상 >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하녀의 일기  (0) 2019.08.31
春光乍洩 (1997)  (0) 2019.08.18
2019. 8. 17.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