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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31 어느 하녀의 일기
  2. 2019.08.18 春光乍洩 (1997)
  3. 2019.08.17 영원한 여름 (2006)

<어느 하녀의 일기> 2015, 브누와 쟉꼬 감독

레아 세이두 & 뱅상 랭동

 

* 혹시나 이 리뷰를 읽으실 분들께,

제 감상 기록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디셀렉트에서 원작 소설이 있는 걸 보고

표지가 너무 예뻐서 영화가 있다는 사실에 당장 보게 되었는데...

 

본 후기: 

결말 보고 나서 딱 이 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뭐야? 스토리 왜 이래?

그냥 아 셀레스틴이 사표내고 조제프를 따라갔군요 조제프는 은식기 훔쳐서 그래 부자가 되었나요?

셀레스틴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냐고요? 아니 가 봤자 창녀 일 할거라며....? 왜 가요?

분명히 처음에는 화냈자너;; 니 돈 벌어주자고 나 창녀 시키냐 이 사기꾼아 하는 느낌으로;;;

자기 주장 하며 기세 등등하게 살고싶은 거 아니었나?

근데 왜 마지막 대사가...? 

 

"그는 악마처럼 날 사로잡고 구속했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가 가자는 데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할 거다, 그게 범죄일지라도"

 

셀레스틴 언제부터 조제프를 그렇게 사랑하게 되었죠...????

 

게다가 어린 아이가 강간 당해 배가 갈라진 채로 죽었다는데;; 분명히 셀레스틴 조제프를 의심했잖아요?

흠 그래.. 조제프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영화 장치는 너무나 조제프를 의심가게 해놨다만..

근데 결국 의문을 풀지도 않은 채로 조제프를 따라가는 거라면

그 장면을 왜 넣었냐구요..... 예? 그냥 그 당시 시대상이 이렇게 거지같았답니다... 를 보여주는건가

그렇다면 성공했네요 굉장히 기분이 불쾌해졌거든요...

그리고 셀레스틴이 조제프를 암묵적으로 범인이라고 단정 지으면서 묻어두고 따라가는 거라면

더 암울하네요...... 이 영화는 굉장히 암울한 여성 인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열불날 수도 있어요

 

Anne with an e 같이 과거 작품도 현대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여성 인권 신장을 논하는 드라마를 봤다가

이런 암담하기 짝이 없는 현실적인 1900년대 프랑스 사회를 보니 속이 꽉 막힌다....

 

그래 내가 영화를 볼 때 가장 크게 판단하는 기준이 스토리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암... <(^^;) 내가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라.....

그리고 영화 소개글이

"세상 가장 발칙한 하녀 ‘셀레스틴’의 등장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드는데…" 라길래,

그래 대놓고 주인에게 반발하는 레지스탕스가 일어나는구나 뻐킹 신분제!!

난 내 인생을 살 거다!!!!! 하는 스토리일 줄 알았다....

<아가씨>의 숙희를 기대했었나보다 난ㅠㅠㅠㅠ

 

처음엔 좋았어요...

대놓고 앞에서 "짜증나게 하네" 내뱉고선 뭐라고 했냐니까 "아닙니다 마담," 하고 뻔뻔하게 넘어가는 태도나

주인이 추근거릴 때 강하게 밀어낼 때나,

할 말은 다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 같아서,

그리고 얼굴에 항상 오만함, 절대 기죽지는 않는 그 표정이 너무 좋았는데

"조용한 마을을 뒤흔드는데" <- 뒤흔든 적 없습니다.

셀레스틴은 결국 하녀야. '착하고 훌륭한 하녀'. 그냥 속으로 꿍얼꿍얼할 뿐이다.

조제프를 따라가서 술집의 마담이 된 후에도

셀레스틴은 주체성이라곤 없이 그저 조제프가 하자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속물적인 모습만 보여줘... 반항적인 네 모습을 기대하게 하지 말라고ㅠㅠㅠ

 

심지어 나레이션이라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딱히 관객이 셀레스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 길도 없다.

게다가 심각한 파시스트인 조제프의 발언 때문에,

셀레스틴이 좋아하는 남자가 저런 꼴은 사상의 소유자라는 것에서도 불만족스러웠던 듯 싶다.

 

셀레스틴의 회상, 안쓰러웠던 과거, 충격적인 첫사랑의 말로를 보면서

관객은 셀레스틴에게 스며들어 그녀의 행복을 기대하고 바라게 되는데,

결국 그녀가 미래에 진짜 행복할 수 있을 지가 너무나 미지수라서 끝이 찝찝했다.

 

이렇게 지금까지 혹평을 쏟아냈지만,

대신 이 영화가 한 가지는 정말 끝내준다. 영상미, 그리고 레아 세이두.

레아 세이두의 96분짜리 영상 화보라고 보면 적절하다.

요정이다 정말 너! 무! 예쁘다.

나중에 그림 그릴 때 참고가 많이 될 것 같아서 계속 예쁜 장면을 캡쳐했다.

그녀의 패션을 보는 게 영화의 정말 큰 재미이다. 어쩜 저렇게 예뻐.

우아하다, 아름답다 하는 감탄사가 96분 내내 쏟아진다.

셀레스틴의 이 미소 너무 꽂힌다ㅠㅠㅠㅠ 내가 생각하는 셀레스틴은 딱 이런 모습이다.

저렇게 살짝 상대를 도전적으로, 또 오만하게 바라보는 눈빛과

미묘하게 더 올라간 한 쪽 입꼬리가 그녀의 도도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난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 지 다 안다. 나한테 넘어왔지, 벌써? 하는 듯 하잖아 이미 표정이ㅠㅠㅠㅠ

얼굴에 청순함과 섹시함과 우아함이 공존한다.

 

저렇게 눈을 반쯤 뜨고 주변을 보는게 얼마나 나른하고 위태롭고 사랑스러운지ㅠㅠㅠ

 

 

 

영화의 구도도 색감도 분위기도 퍼펙트하다.

따뜻한 색감, 차가운 색감 아래에서, 셀레스틴의 감정선도 함께 읽히는 듯 하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고고하던 셀레스틴과 불안해하는 셀레스틴...

 

 

그리고 너무나 짧았던 셀레스틴의 행복했던 한 때ㅠㅠㅠㅠㅠㅠㅠㅠ

딱 저 때만 진심으로 웃었지.... 진짜로 행복해보이던 웃음이었다...

저 땐 하녀복도 밝은 하늘색이었네...

셀레스틴은 조르주가 죽었을 때 자기의 행복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을까? 왜 내 인생은 이러냐고?

그래서 좋은 집이 어디 있냐고, 처음에 그렇게 삐딱한 대답을 했었을까.

 

어딘가 피곤하고, 인생에 권태가 온 듯한 셀레스틴의 현재 모습. 위태롭고 불안해보여.

그녀는 체념한 척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하다.

진정한 행복을.

 

이건 장면 구도가 재미있어서 한 컷.

 

 

96분동안 아름다운 레아 세이두를 감상하는데 의미가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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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영화.

다른 어느 영화에 나오는 양조위보다도 춘광사설의 양조위를 가장 사랑한다.

 

"해피투게더" 라는 제목이 이질적인 듯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3 Amigos III

 

장국영의

- 여요휘,

-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장첸과 양조위의 짧은 작별의 대화.

나는 말없이 녹음기를 들고

슬픔이 얼굴에 번지는 양조위의 연기 때문에

이 영화를 그토록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슬픔을 세상 끝에 두고 와 주겠다는 장도

슬프지 않다고 말하지만 속에는 상처가 가득한 아휘도.

 

저렇게 상처 가득한 얼굴로

슬프지 않다. 할 말 같은 거 모르겠다. 하며 머쓱하게 빼면

내 마음이 너무 슬프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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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8. 11:43

- 우리 둘 점수를 합치면 꼭 100점이네.

- 캉정씽, 넌 내 제일 좋은 친구야.

 

넌 제일 좋은 친구야.

원래는 기분 좋아야 할 이 말이 이렇게 안타까워 질수도 있다니.

 

마지막 장면을 처음 봤을때는

둘의 감정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을 다시 하고 나서야 알았다.

(위쇼우헝이 캉정씽에게 어떤 감정인지 잘 이해가 안갔다.

안 좋아한다고? 안 좋아하는 '남자'인 '친구'랑 잔다고;;?

그것도 먼저 시작했잖아...? 하는 생각에... )

 

그 전에 캉정씽이 위쇼우헝에게,

 

"나도 알고 싶어. 네가 내 비밀을 들은 다음에도 나와 친구하고 싶은지."

"난 널 정말 좋아해."

 

라는 물음에 대한 답임을 알고서야

이 영화가 정말 슬픈 결말이란 걸 깨달았다.

 

 

지금 보면

위쇼우헝 - 캉정씽 - 훼이지아가

서로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애정. 연애와 우정 뭉뚱그려서.

우정으로서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우정 그 이상으로 그 사람을 아낀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니 성별의 경계는 흐릿해진 듯 하다.

 

훼이지아도 현상한 사진들을 말릴 때,

위쇼우헝의 위에 캉정씽의 사진을 (위쇼우헝을 가리도록) 겹쳐놓았으니

훼이지아가 어쩌면 '위쇼우헝보다 더' 좋아하는 캉정씽인데

캉정씽의 마음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으니

 

그와 자신이 이루어지는 것도,

자신과 위쇼우헝이 사귀는 상태에서

캉정씽의 사랑이 이루어져 둘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도 할 수 없고.

(분명히 훼이지아는 캉정씽의 사랑을 이해해주었다.

보고 싶으면 가서 봐. 라고 말한 것도 훼이지아였다.)

위쇼우헝과 사귀고 있으니

캉정씽이 어쩔 수 없이 불행해질 걸 알지만

그가 상처 받는 것도 싫고.

 

어렵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이 머리를 어지럽혔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훼이지아도 너무 불쌍하다ㅠㅠ 새우등 제대로 터지는 인물ㅠㅠ

 

훼이지아가 정씽의 마음을 고등학생 때부터 다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캉정씽을 사랑하는 마음에 힘내, 라고 적힌 음료를 방에 두고 간다던가.

자기를 부르는 전화에 한달음에 달려간다던가.

(보면 캉정씽은 항상 전화를 받기만 한다. 전화를 거는 인물은 어김없이 위쇼우헝/훼이지아)

캉정씽이 위쇼우헝 옆에 있어주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전날 밤에 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눈치챘겠지.

평소처럼 둘이 같이 한 방에서 잤다가 아침에 먼저 떠난다고 옆에 있어주라는 전화를 하겠냐.

그래도 간다. 캉정씽과 위쇼우헝이 걱정되니까.

 

위쇼우헝도 캉정씽을 단순한 우정으로서 사랑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위쇼우헝이 아마, 둘을 가장 공평하게 사랑해서 가장 방황한 인물일 것이다.

캉정씽과 훼이지아, 둘 중 누구도 잃을 수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어느 쪽을 선택하면, 상대방은 자기로 인해 불행해지겠지.

셋이서 함께 하고 싶지만 셋이 있으면 한 명은 불행해지는 상황.

특히나 외로움에 관한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한,

아무도 자신의 친구가 되려하지 않는 것이 너무 무서운 위쇼우헝에게

둘 중 하나가 떠난다는 건 어떻게든 막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캉정씽과 잤고,

셋이서 함께하는 바다 여행을 무턱대고 계획했겠지.

 

영화 내내 계속 비춰지는 캉정씽의 시선.

- 위쇼우헝.

- 아직 기억하고 있어?

- 우리 관계는 규정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 사실, 그때부터

- 난 네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 단지 내가 용감하지 못해서

- 다가갈 수 없었을 뿐이야.

 

- 나, 훼이지아.

 

(위쇼우헝 분명히 들었다ㅠㅠ 대답하지 못하겠으니까 못 들은 척 한거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랬어... 난 선택 못한다고.

아니면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어떻게 정하냐고 선 그어주지 그랬어. < 그러기엔 무서웠을듯)

 

결국,

넌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이 말은

네 비밀을 알아도(네가 날 연애감정으로 좋아해도)

난 너와 친구하고 싶어. 너를 잃기 싫어. 넌 여전히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어떻게 보면 내가 널 친구로 대할테니 너도 날 친구로 대해줘, 이 말 아닌가.

하지만 캉정씽은 임마 널 어릴 때부터 쭉 좋아해왔다고ㅠㅠ

학창시절의 전부였던 좋아하는 사람이 친구로 남아달라는 매정한 부탁을 하는데

캉정씽 마음이 어떻겠냐 진짜...

그리고 너랑 훼이지아를 보는 캉정씽 마음은 또 어떻고ㅠㅠㅠ

보내달라는데 좀 보내줘 임마ㅠㅠㅠㅠ 시간과 거리가 필요하대잖아!!!

 

 

 

자기도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 감정들 사이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자기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막연히 바라지만

방법도 모르고 사실 내 마음도 잘 몰라서 방황하고 먹먹한 청춘들 이야기였다.

영화 내내 비춰지는 푸른 빛 색감이 묘하게 무덥고 습하게 느껴지던 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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